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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070713
- alain de botton / 정영목
- 이레 / 040726
- 책을 읽게 되는 몇가지 동기 중 하나가 ‘다른 누군가가 읽었으니까’ 일 것이다. ‘여행의 기술’도 비슷한 이유로 읽게 되었다. 다소 끌리던 제목이었음에도 그동안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누군가의 읽음은 나에게는 좋은 동기가 된 셈이다.
- 출발
팜플릿과 사진들을 보고 여행을 결심. 약간은 염세주의적인 서두이다. 여행은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현실과 비슷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여행에 대한 기대와 현실과의 관계! 몇장의 사진과 팜플릿으로 설레임과 함께 여행을 결심하지만, 여행지에서의 현실은 사진 속의 세상과는 다른다. 동행과의 사소한 다툼도 있고, 더위도, 짜증도, 그리고 두고온 일에 대한 걱정도 우리와 함께 여행에 동반한다.
휴게소, 공항, 비행기, 그리고 기차. 여행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장소다. 호은 경유지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기대를 품고 서는 장소가 될 수도 있고, 마음의 안식을 얻고, 쉬어갈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 장소의 힘에 몇몇 예술가(샤를보들레르, 에드워드호퍼)는 특별히 민감히 반응했다. 보들레르는 새로운 종류의 낭만적 노스텔지어를 발명했다. 그것은 플랫폼의 시이며, 대합실의 시이며, 휴게소의 시이고, 공항의 시이다. 그는 장소뿐 아니라 움직이는 기계 역시 예찬했다. 구름을 사랑할 줄 알며, 노래할 줄 알았다.
보들레르가 기대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호퍼는 집단적 외로움과 마주친 인간에 집중했다. 호퍼의 인물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들은 혼자 앉아있거나 서있다. 슬픈 그림처럼 보이지만 그림들은 위대하고, 우루한 음악작품과 같은 위력이 있다.
우리가 휴게소와 모텔에서 시나 그림을 발견한다면, 공항이나 열차에 끌린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립된 장소에서는 이미 터가 잡힌 일반적인 세상의 이기적인 편안함이나 습관이나 제약과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은연 중에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 동기
이국적인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하다못해 길거리의 간판이나 안내판에도 우리는 설레여하며 바라볼 수도 있다.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나?’ 이것은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다. 아니,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알렉산더 홈볼트는 한 번도 그런 의문을 품지 않았다. 어디를 가든 임무가 모호한 적이 없었다. 그의 임무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목적을 위하여 실험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어떤가? 이미 여행책자들은 우리의 호기심과 볼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아무런 억제없이 주관의 관심의 강도에 따라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호기심! 이것이 중요하다. 이것의 결핍은 이따금식 여행자로 하여금 그냥 호텔 침대에 누워있다가 다음 비행기를 타고 집에 가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느끼게 할 수도 있다.
- 풍경
”도시의 떠들석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에 의지하여,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워즈워스는 자연이 우리도 하여금 삶에서, 그리고 서로에게서 “바람직하고 선한 모든 것”을 얻게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은 “올바른 이성의 이미지”로서 도시 생활에서 나타나는 비꼬인 충돌들을 진정시킨다는 것이다.
시간의 ‘점’을 부여받는 것, 부여하는 것. 도시의 생활에 지쳤을 때 평화롭던 ‘점’을 다시 상기해낼 수 있다면 어찌 좋지 않겠는가!
“만일 세상이 불공정하거나 우리의 이해를 넘어설 때, 숭고한 장소들은 일이 그렇게 풀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바다를 낳고 산을 깎은 힘들의 장남감이다. 숭고한 장소들은 부드럽게 우리를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
- 예술
“우리가 관객으로서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장면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특징을 화가가 골라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고 모른다. 화가가 어떤 장소를 규정할만한 특징을 매우 예리하게 선별해냈다면, 우리는 그 풍경을 여행할 때 그 위대한 화가가 그곳에서 본 것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관점은 조금 아이러니다.
저자 역시 프로방스를 여행하면서 이를 느꼈는데, 처음에는 평범하게 보이던 사이프러스나 올리브 숲이 고흐의 그림을 보고 그 후에 의미를 가지게 되고 다시 보인다.
순서가 조금 이상하다. 예술이 우리의 눈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주관적인 시각이나 호기심은 어디로 갔는가?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사진? 정답이 될 뻔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뷰파인더만을 통해 풍경을 보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면 슬픈일일것이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오감….
그림을 그려라. 그림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표현해보자. 그림, 말그림(묘사, 서술)을 통해 美의 근원을 관찰하고, 그 근원을 소유하자.
존 러스킨은 학생들에게 말했다.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하여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
- 귀환
”사막을 건너고, 빙산 위를 떠다니고, 밀림을 가로질렀으면서도, 그들의 영혼 속에는 그들이 본 것의 증거를 찾으려 할 때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는 먼 땅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가 ‘이미 본 것’에 다시 주목해보라고 슬며시 우리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사비에르처럼 나의 방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팡세> 단장136-
- 이 책은 특이하게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여행 에세이임에도 과거의 대문호나 예술가, 탐험가가 나온다. 저자는 그들과 함께 여행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같이 사는 저자. 과거와의 접점에는 전혀 어색함이 없다.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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